
멀리 가는 물
-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렵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길을 가지 않는가.
때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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